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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 썩은 물에서 '산삼욕' 해 본 적 있나요?
제목 산삼 썩은 물에서 '산삼욕' 해 본 적 있나요?
작성자 강기희 (ip:)
  • 작성일 2008-08-11 14: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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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 썩은 물에서 '산삼욕' 해 본 적 있나요?
[강원도 정선] 지친 도시인들의 건강까지 챙겨주는 가리왕산 회동계곡
   강기희 (gihi307)
  
▲ 얼음동굴. 계곡의 얼음동굴은 한 여름에도 영상 3도까지 내려간다.
ⓒ 강기희

 

덥다. 아니 덥다고 한다. 해발 500m의 산촌에 살고 있는 탓에 도시인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숨 막히는 더위를 경험하기란 어렵다. 도시인들은 지금 입에서 뜨거운 김이 뿜어진다고 난리다. 머리 꼭지에서 열기가 아른아른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는 이도 있다. 그런데도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더 뜨겁단다. 제 정신으로 사는 게 용한 요즘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원시림을 간직한 정선 가리왕산 계곡으로 오라!" 

 

기가 턱턱 막힐 듯한 더위란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오 듯 흐르고, 나오는 말이 곧 짜증이란다. 물 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끌고 다니는 게 힘겹단다. 냉골 같이 차가운 방바닥에 누워 5분만 x-ray를 찍어도 몸에 한기가 도는 그런 시골집 황토 구들방이 그립단다.

 

그래서이다. 지친 도시인을 위한 계곡 하나를 소개하련다. 내가 살고 있는 집 근처에 있는 계곡인데, 시끄럽지 않아 좋고 편히 쉴 수 있어 더 좋은 곳이다. 좋은 곳이라 혼자만 혹은 친한 사람에게만 알려주고 싶은 계곡이지만, 너나 할 것 없이 더위로 고생하는 터라 혼자만 즐길 수 없어 소개한다.

 

계곡의 이름은 회동계곡. 계곡을 빚어낸 것은 가리왕산(1561m)이다. 가리왕산은 옛날 맥국의 갈왕이 이 산으로 피신해 살았다 하여 갈왕산으로 불리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가리왕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는 산인 셈이다.

 

가리왕산은 작은 지리산이라 할 만큼 품이 넉넉하다. 산은 높되 악하지 않다. 산나물이 지천이고 약재 또한 많이 자생한다. 피나무와 주목 등의 나무가 원시림을 이루는 곳이라 계곡도 여럿 만들었다. 회동계곡은 가리왕산이 빚은 여러 계곡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계곡은 깊고, 흐르는 물은 차고 맑다. 주변의 풍광은 사철을 가리지 않고 아름답다. 그늘진 곳에 앉아 있으면 굳이 발을 물에 담그지 않아도 서늘하다. 현재 계곡은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에서 관리한다. 그래서 다른 계곡보다 쾌적하고 조용하다.

 

  
▲ 가리왕산계곡. 원시적인 계곡에 들어서면 무더위가 싹 달아난다.
ⓒ 강기희
  
▲ 수로암. 가리왕산 계곡은 곳곳이 비경이다.
ⓒ 강기희

 

어제(14일) 계곡으로 갔다. 가리왕산 회동계곡이 좋은 걸 어찌 알았는지 피서객이 벌써 와 있다. 긴 가뭄 끝에도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계곡은 도시인들에게 휴식지가 되고 있었다.

 

신비의 얼음동굴에 들어서면 입김이 솔솔

 

계곡 입구엔 거대한 얼음동굴이 있다. 입구가 좁은 동굴이 아니라 넓고 크다. 동굴 근처에만 가도 찬공기가 휭하니 불어온다. 동굴로 들어서면 찬공기는 냉기로 변한다. 한여름 동굴의 온도는 영상 3도까지 떨어진다. 냉장고보다 찬 기온이다.

 

제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얼음동굴에 들어가면 10분을 견디기 어렵다고 한다. 피서 온 이들은 그런 동굴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낮잠을 청하기 위해 누웠다. 얼마나 견디나 지켜보았다. 소문이 사실인지 그들은 몇 분을 견디지 못하고 햇볕을 찾아 나섰다. 

 

입구부터 심상치 않은 회동계곡. 그런 이유로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더위여, 안녕!'이다. 잠시 얼음동굴에 있었는데도 입김이 나오며 팔 다리에 닭살이 돋았다. 이럴 때 더 견디는 것은 바보짓이다. 계곡 탐방을 나서야 한다는 핑계를 달아 얼음동굴을 급히 나왔다. 동굴을 나서면서 뱉은 말은 "휴, 더우니 살 것 같네"였다.

 

가리왕산 회동계곡으로 오르는 길은 두 가지. 차를 타고 오르는 길과 숲향 그윽한 산책로로 오르는 길이 계곡을 사이에 두고 갈라져 있다.

 

차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산책길을 따라 걸었다. 자작나무와 소나무, 참나무 등이 산책길에 도열해 있다. 솔잎이 떨어진 길은 푹신푹신하다. 맨발로 걸으면 좋은 길이다. 흰고무신을 신었으니 맨발이나 다름 없긴 하다.

 

산책로 아래로는 계곡이 뽀얀 속살을 열었다. 바닥까지 훤하게 들여다 보이는 계곡물은 산삼 썩은 물이다.

 

  
▲ 산책길. 계곡물이 콰르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길이 평탄해 걷기에 힘들지 않다.
ⓒ 강기희
  
▲ 나무무대. 이곳에서 8월 2일 저녁 시간 숲속음악회가 열린다.
ⓒ 강기희

가리왕산은 오래전부터 산삼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런 탓에 산을 오르다보면 심마니들이 사용하던 산막을 가끔 만난다. 산삼이 얼마나 많았으면 산 중턱에 '산삼봉표비'까지 있다.

 

산삼 썩은 물이 흐르는 계곡 "정선만큼 좋은 곳이 없어요"

 

계곡에서 머물면서 꾼 꿈이 심상치 않다면 등산을 할만 하다. 산삼을 만나지 못해도 억울 할 일이 없으니 정상까지 가보는 거다. 그러다 천년 묵은 산삼이라도 만나면 횡재를 넘어 인생역전도 가능한 일이다.

 

산삼봉표비를 세운 시기는 조선조. 가리왕산에 있는 산삼은 일반인이 캘 수 없으며, 산으로의 출입조차 금한다는 내용이다. 즉, 가리왕산의 산삼 주인은 왕이므로 백성은 손 대지 말라는 것이다. 심마니들이 가리왕산을 즐겨찾는 이유가 거기에 있으며 계곡물이 산삼 썩은 물이라 칭할 수 있는 것도 거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 사실을 알았을까. 젊은 청춘들이 높은 바위에서 다이빙을 한다. 그러나 등으로도 떨어지고 옆으로도 떨어진다.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자세가 중요하진 않다. 수영복을 입지 않았다 해서 체면 구길 곳도 아니다. 그저 나름대로 즐길 뿐이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서울에서 왔단다. 여길 어떻게 알았냐고 또 물으니 이 마을에 시집 온 누나가 살고 있단다.

 

그렇지. 누군가 연고가 있지 않고서는 물첩첩 산첩첩인 이곳을 알 리가 없는 것이다. 그들을 뒤로하고 무명폭포를 지났다. 출렁다리를 건너야 하는 길에선 아이들이 가장 신났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야영장엔 텐트가 처져있다. 야영장은 텐트를 칠 수 있게 데크가 만들어져 비가 온다해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산책로를 걷다 계곡으로 내려갔다. 가족과 함께 온 피서객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오래 전 사북의 어느 탄광에서 광부로 일했다는 가족이다. 이곳 저곳 피서를 가보았지만 정선만큼 좋은 곳도 없단다. 그 말도 정답이다.

 

계곡은 크고 작은 돌들로 소를 이루기도 하고 급류를 만들기도 한다.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굽은 소나무는 수십 년 풍상을 그 자리에서 맞고 있었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니 젊은 연인 한쌍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빨갛게 익은 자두를 안주 삼아 깡통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분위가 파악도 못하는 사람이라는 핀잔이 날아 들까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 추락사고가 아닙니다. 큰 바위에서 다이빙을 한 것입니다. 풍덩 빠지면서 뱉은 말 "으휴~ 춥네요."
ⓒ 강기희
  
▲ 산삼 썩은 물이라면 나도. 다이빙을 시도 하는 피서객. 배트맨~~~
ⓒ 강기희

 

친척집 놀러 온 서울 총각들 "산삼 썩은 물이요? 그럼 먹어야지"

 

큰 바위 아래에선 또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튜브를 타고 놀고 있었다. 모두 네 명. 옷을 입은 채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지만 추운지 입술이 새파랗게 변했다.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서울에서 왔어요."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요."

"친구가 정선에 친척집이 있어 왔는데 계곡이 기가 막힌 걸요."

 

그러는 사이 물장구를 치던 한 친구가 물을 먹었다며 '퇘퇘' 했다.

 

"괜찮아요, 산삼 썩은 물을 어디서 맛보겠어요."

"산삼 썩은 물이요? 그럼 먹어야지."

 

젊은 친구들이라 역시 반응이 빨랐다. 젊은이들은 그러면서 삶은 옥수수와 찐감자를 내밀었다. 친척 아주머니가 계곡에 가서 먹으라고 준비해 준 것이란다. 감자 하나를 왕소금에 찍어 한입 배어 물으니 금방 삶았는지 따끈했다.

 

"며칠간 묵을 건가요?"

"오늘은 계곡에서 놀다가 내일부터는 정암사도 가보고 아우라지도 가보려고요."

 

정선을 제법 아는 듯한 눈치다. 그렇다. 계곡에서만 있기엔 피가 뜨거운 청춘들이다. 어딜 가더라도 볼 것과 느낄 것이 많은 고장이 정선 아니던가. 천년고찰인 정암사가 있고, 정선아라리의 발상지인 아우라지도 있다. 혹여 닷새 마다 돌아오는 장날(끝자리가 2일7일)을 만난다면 정선아라리를 실컷 들을 수 있어 금상첨화다.

 

가리왕산 줄밤나무야 가지나 직걱 열어라

총각 색씨를 볼라며는 가지나 직걱 열어라

 

가리왕산 갈가마귀는 까악 까악 짖는데

정든님 병환은 점점 깊어만 가네 - 정선아라리 가사 중에서

 

'직걱'이라는 말은 '많이'라는 뜻이다. 밤이 많이 열려야 총각색시가 산자락에서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 출렁다리.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만날 수 있는 출렁다리. 혼자 걷기엔 심심? 그러면 기다리라.
ⓒ 강기희

 

정선아라리도 멀미가 나도록 들었고, 계곡물로 '기'를 보충했다면 잠시의 계곡 탈출도 좋다. 정선에서 한 시간만 달리면 강릉이 나오고 동해가 나온다. 가리왕산 정상에서 일출을 볼 작정이 아니라면 동해바다에서 일출을 보고 정선으로 돌아온다 해도 식전 시간이다.

 

등산도 하고, MTB도 타고, 산림욕도 하고

 

MTB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번 참에 가리왕산을 올라보는 것도 좋다. 임도를 따라 난 길이 무려 200km나 된다. 원시림을 따라 MTB를 타는 재미가 한마디로 '굿'이라 라이더들 사이에선 은밀하게 소문난 곳이기도 하다.

 

이도 저도 귀찮다면 소나무 사이에다 해먹을 걸어놓고 무조건 쉴 일이다. 낮잠만 자고 있어도 산림욕이 절로 이루어진다. 자다 배고프면 먹고 배부르면 또 잠에 빠진들 뭐라 하는 이가 없는 곳이다. 

 

그늘이 좋으니 자외선 차단제도 필요없는 회동계곡. 오후 시간 출출하다 싶으면 마을 아낙네들이 부치는 메밀적 한 소댕이(한 접시) 놓고 아우라지 막걸리 한 잔 비우면 그 술이 신선주이고 잔을 든 이는 신선이 된다.

 

가리왕산 회동계곡은 휴양관이 있지만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이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계곡인 것이다. 대신 주변에 민박집이 많고,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장도 두 곳이나 마련되어 있다. 이와 함께 오토캠프장까지 있으니 주머니 사정에 따라 머물면 된다.

 

계곡물이 있지만 샤워시설도 잘 되어 있다. 숲해설가로부터 나무와 숲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쪽동백 나무로 솟대를 만들거나 곤충을 만들 수 있는 공예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계곡 야외무대에서는 휴가철인 8월 2일(토) 저녁 7시부터 유승도 시인과 김도연 소설가, 가수 손병휘 등이 참여하는 '2008 가리왕산 숲속음악회'도 개최한다. 시와 음악이 흐르는 계곡에서 지친 몸을 추스릴 수만 있다면 '이 보다 좋을 순 없다'이다.

 

정선 가리왕산 계곡에 오면 등산도 하고, MTB도 타고, 산림욕도 하고, 산삼욕도 할 수 있다. 이쯤되면 도시 생활을 하면서 아무리 지친 몸이라 해도 금방 활력을 되찾지 않을까 싶다. 휴가 끝나면 내년 여름까지 1년을 또 버텨야 하는 우리네 인생. 그 힘의 원천을 가리왕산 계곡에서 만들어가는 것은 어떨까 싶다.

 

  
▲ 간식. 계곡을 찾은 피서객 친척이 삶아준 옥수수와 감자. "물놀이하면 배가 금방 고파지니 먹어..."
ⓒ 강기희
  
▲ 야영장. 텐트를 칠 수 있게 데크가 마련되어 있다.
ⓒ 강기희

 

덧붙이는 글 | 가리왕산 계곡 찾아 오는 길
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 - 원주 지나 새말나들목 나옴 - 42번국도 정선방면- 정선읍내 가기 전 솔치재에서 가리왕산휴양림으로 좌회전 - 길따라 직진하면 계곡 도착. 서울 기점으로 200km 정도.

문의 : 033-562-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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