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board


현재 위치

  1. 게시판
  2. 강기희의 雜說

강기희의 雜說

강기희의 雜說

<에덴의 동쪽> 속 탄광촌, 1961년 맞아?
제목 <에덴의 동쪽> 속 탄광촌, 1961년 맞아?
작성자 강기희 (ip:)
  • 작성일 2008-08-31 20:34:18
  • 추천 추천 하기
  • 조회수 135
  • 평점 0점
 
  
▲ 에덴의 동쪽. mbc가 야심차게 준비한 대하 드라마이다.
ⓒ mbc
에덴의동쪽

 

지난 화요일(26일) 밤 방영된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 1·2회는 올림픽이 끝난 후 무료해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드라마는 1961년 탄광촌 마을을 무대로 광업소 노조위원장과 광업소 소장의 대결을 중심축에 놓고 이야기를 풀어갔다. 출발은 좋았다. 출연자들의 연기도 볼 만했다.

 

탄광 마을을 주무대로 만들어진 드라마는 이전에도 있었다. 오래 전 방영된 <젊은이의 양지>는 사북 땅이 무대였고, 이번엔 강원도 태백이 무대이다. 옛 지명인 황지를 무대로 펼쳐진 드라마 <에덴의 동쪽>은 그래서 탄광지역인 강원도 정선과 태백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겐 관심의 대상이었다.

 

드라마에 등장한 광부는 이번에도 '엑스트라'

 

당시 탄광촌은 톱질과 곡괭이질을 할 수 있는 힘만 있으면 입에 풀칠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그 소문을 들은 전국 팔도 사나이들이 맨 몸으로 혹은 식솔들을 이끌고 탄광촌으로 몰려들었다. 가진 땅이 없었던 그들은 산비탈에 터를 닦고 아무렇게나 얼기설기 집을 지었다. '하꼬방'이라고 부르는 광부의 집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광부 일을 하는 데 그동안 살아온 이력은 필요치 않았다. 하나 뿐인 목숨을 걸 수만 있으면 일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탄광촌에서 사람들은 희망 대신 '막장인생'으로 살아갔다.

 

드라마에서도 나왔지만 "남편 죽어 보상금이라도 두둑하게 받으면 그게 더 좋다"는 탄광촌의 아낙네들. 그러나 농담삼아 뱉은 말이 현실이 되는 것도 순간이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던 마을인 탄광촌에서 유일한 낙은 탄 캐서 번 돈을 원껏 써보는 일이었다. 그래서 '광부는 8시간 탄 캐고 8시간 술집에서 술마시고 나머지 8시간을 잔다'는 말까지 생겨났다.   

 

빚 없으면 돈 번게지 몸 성하면 돈 번게지

자식보고 여기왔지 나 살자고 여기 왔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게주게

산지사방이 일터인데 그리도 할 일이 없어 탄광에 왔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막장으로 들어간다

이판저판이 공사판인데 한 많고 설움 많은 탄광에 왔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탄광은 말도 많다.

- 광부아리랑 중에서 

 

<에덴의 동쪽> 드라마에서 광부들이 매몰 사고로 숨진 노조위원장의 장례식 때 부른 노래들이다. 광부들이 부른 광부아리랑은 정선아리랑 가락이다. 구성지면서도 슬픈 영혼의 소리인 광부아리랑은 정선아리랑 가락에 가사를 붙여 그들의 한과 눈물을 풀어냈다.

 

강원도 지역의 탄광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는 1930년대 바다가 가까운 강원도 도계지역에서 최초로 채탄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캐낸 탄은 인근 지역인 삼척에서 배와 열차에 실려 대처로 나갔다. 도계에서 시작된 석탄산업은 철암으로 이어졌고, 그 후엔 장성과 황지, 고한과 사북 등으로 옮겨갔다.

 

  
▲ 샤워장. 광부들이 일을 마치고 집단으로 샤워를 할 수 있는 샤워장이다. 이런 시설은 1980년대 만들어졌다.
ⓒ 강기희
탄광.
  
▲ 장화. 광부들은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인 살 수 없다고 했다.
ⓒ 강기희
장화

 

1961년에 온수로 샤워하며 살았던 사람 있음 나와 봐!

 

드라마는 재미있었다. 양춘희 역으로 나온 이미숙씨와 동철 역으로 나온 아이의 열연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당시 광부 일을 했던 전직 광부들의 눈에 비친 드라마는 사실적이기보다 낭만적이었다. 1961년 탄광촌의 모습을 알 리 없는 터라 일생을 '광산쟁이'로 살았던 전직광부에게 물었다.

 

"혹, <에덴의 동쪽>이라는 드라마 보셨어요?"

"봤지. 그거 보면서 눈물도 흘렸어."

"극 중에서 광부들이 샤워하는 장면이 나오던데 그때도 샤워 시절이 있었어요?"

"에이, 그건 거짓뿔이여. 수도도 없었는데 무신 샤워 시설이 있어."

 

27일 정선 장터에서 만난 최 할아버지(73)는 30년 넘게 막장인생을 살았다. 할아버지는 탄광에서 일한 대가로 진폐증을 얻어 그야말로 '오늘 낼' 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노조는요?"

"그 시절에 그런 게 있었나? 기억도 없어."

 

드마라엔 이종원이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하다 광업소장에게 죽임을 당하는 장면이 나왔다. 1980년 4월 사북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 노조는 명패만 달아놓고 있었다. 광산노동자들의 입장에 서기보다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어용노조'였던 것이었다.

 

"샤워를 할 수 있었던 건 언제부터인가요?"

"사북사태가 끝난 80년 초던가? 아마 그럴 거여."

 

80년대 노동운동에 불을 지핀 사북사태가 끝나자 권력자는 겁없는 광부들에게 오히려 겁을 집어먹었다. 하여 당시 권력자인 전두환은 측근들의 만류에도 그들을 회유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사북에 왔다. 사북을 방문한 그는 어린 학생들에게 몇 년은 족히 쓸 학용품을 던져주고는 광부들의 복지에 관해 몇 가지 약속을 했다. 그 결과 샤워시설이 들어섰고 번듯한 길이 생겨났다.

 

그러하니 드라마의 샤워 장면은 당시의 모습은 아닌 것이다. 70년대 말까지도 광부들은 까만 얼굴을 한 채 퇴근을 했다. 그 시절 광부였던 매형도 큰형도 늘 집에 돌아와서 연탄불에 데운 물로 얼굴을 씻었다.     

 

내가 본 드라마 <에덴의 동쪽>의 1·2회 모습은 80년대처럼 보였다. 그런데 드라마 속 시절은 1961년이었다. 샤워하면서 광부아리랑을 부르는 광부들의 장면은 애절했지만 그 화면이 1961년의 모습은 아니었다. 더구나 광부아리랑은 금지곡도 아니었으며, 드라마에서처럼 강릉과 장성·정선 등 주변 탄광 노동자들과의 동조 파업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시절이었던 것이다.

 

역사적 사실과 드라마는 분명 다를 수 있다. 드라마가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다큐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를 훌쩍 거슬러 올라가는 '샤워하는 장면'은 그 시절 고단하게 살았던 전직 광부들이 보기엔 불편한 것이 사실이었다.

 

  
▲ 도시락. 집에서 싸간 도시락을 탄가루가 날리는 갱도 안에서 먹었다.
ⓒ 강기희
도시락
  
▲ 광부의 집. 산비탈에 지은 광부의 집. 바람이 숭숭 들어가는 집이라 겨울을 나기가 가장 힘들었다.
ⓒ 석탄유물관 소장
광부아리랑

 

드라마 속 광부들의 삶은 어디가고 '욕정과 복수만 난무'

 

드라마 <에덴의 동쪽>은 2회를 끝으로 배경이 10년 후인 1971년으로 흘러갔다. 드라마의 시작은 1981년이었다. 그리곤 폐광이 되고 카지노가 등장한다. 드라마 <에덴의 동쪽>은 현재 시점까지 40년 넘게 다룰 계획이란다. 하지만 현대사를 다룸에 있어 광부들의 '막장인생'은 15촉짜리 조명도 비춰지지 않았다. 사랑과 화려한 액션신에 가려진 탓일 게다.

 

사흘 날밤이다

팔 할을 내주고 이 할을 얻었다

 

현금이 바닥이다

카드를 긁는다

 

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야트막한 언덕배기에도 숨이 가빠 오고

아랫도리는 고개 떨군 지 벌써 닷새 째

 

그 길로 아내가 야반도주하고,

카지노 입구 전당포에 잡힌 승용차도

반나절 만에 바닥을 드러낸다

이제 무엇이 남았는가

 

찾아왔던 길 끊기고

이 할의 희망마저 바닥이 나고

저기, 쥐구멍 하나 보인다

 

폐광이다.

 

- 박영희 시 '또 다른 막장' 전문

 

폐기물처럼 버려진 전직광부들의 삶 위에, 광부들의 무덤을 골라세운 카지노는 또 다른 막장과 다름없다. 한 때 광부로 살았던 박영희 시인이 노래하듯 탄광촌은 화려한 조명 뒤에 가려진 절망이 더 많다.

 

샤워하는 장면에 비해 드라마 속에서 혼용되는 '간호사'와 '간호부'는 애교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드라마 속의 황지역 역장은 간호사로 말하고 이미숙은 간호부로 칭했다. 간호사는 요즘 표현이고 간호부는 일제강점기 때의 호칭이다. 그렇다면 그 시기엔 뭐라 불렀을까. 간호원이었다.

 

드라마 <에덴의 동쪽>은 광부들의 삶을 배경 그림 삼아 만든 여타 전작들처럼 이번에도 광부들의 삶은 주변부에 머물게 했다. 즉 광부들의 고달픈 인생에 초점이 맞춰지기 보다 '사랑과 야망, 그리고 복수'라는 매력적인 스토리를 끌어가기 위한 극적 장치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래서였던가.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 쏟아부은 돈이 270억에 가깝다는 말을 들으며 '자극적인 스토리도 좋지만 그 돈으로 광부들의 지난한 삶을 제대로 짚어낼 수만 있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 폐광. 광부들이 떠난 탄광은 적막감만 돌았다.
ⓒ 강기희
광부
첨부파일
비밀번호 삭제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목록

삭제 수정 답변

  • 2023-06-25 10:24:39 0점 댓글 수정 댓글 삭제 스팸글 가경동운전연수
    강서동운전연수
    고운동운전연수
    금남면운전연수
    금천동운전연수
    내덕동운전연수
    내동운전연수
    다가동운전연수
    다정동운전연수
    대성동운전연수
    대평동운전연수
    도고면운전연수
    동운전연수남구
    두정동운전연수
    둔포면운전연수
    모종동운전연수
    모충동운전연수
    문화동운전연수
    박곡동운전연수
    배미동운전연수
    배방읍운전연수
    백석동운전연수
    병천면운전연수
    보람동운전연수
    복대동운전연수
    봉명동운전연수
    봉명동운전연수
    부대동운전연수
    분평동운전연수
    불당동운전연수
    사직동운전연수
    사창동운전연수
    상당구운전연수
    상당동운전연수
    새롬동운전연수
    서북구운전연수
    서운동운전연수
    서원구운전연수
    선장면운전연수
    성거읍운전연수
    성정동운전연수
    성화동운전연수
    성환읍운전연수
    세종운전연수
    소담동운전연수
    송악면운전연수
    송절동운전연수
    수곡동운전연수
    신방동운전연수
    신부동운전연수
    신창면운전연수
    쌍용동운전연수
    아름동운전연수
    아산운전연수
    염치읍운전연수
    영성동운전연수
    영운동운전연수
    영인면운전연수
    오동동운전연수
    오창읍운전연수
    온천동운전연수
    온천동운전연수
    용담동운전연수
    용암동운전연수
    용포리운전연수
    용화동운전연수
    우암동운전연수
    운천동운전연수
    원성동운전연수
    율량동운전연수
    음봉면운전연수
    입장면운전연수
    장존동운전연수
    조치원읍운전연수
    종촌동운전연수
    종촌동운전연수
    중앙동운전연수
    직산읍운전연수
    천안운전연수
    청당동운전연수
    청원구운전연수
    청주운전연수
    탕정면운전연수
    한솔동운전연수
    흥덕구운전연수

    #장롱면허운전연수 #초보운전연수 #방문운전연수 #개인운전연수 #자차운전연수

스팸 신고 스팸 해제

댓글 수정

비밀번호

수정 취소

/ byte

댓글 입력

이름 비밀번호 관리자답변보기

확인

/ byte


*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

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